기획보다 실행이 빠를 때 생기는 일들

몬미타개발랩 글 삽입 이미지

최근에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있다. “그 프로젝트 어떻게 생각하고 시작한 거예요?”
솔직히 말하자면,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뭔가 만들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먼저였고, 떠오른 아이디어를 간단한 스케치로 옮긴 후, 바로 VS Code를 열었다.

계획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습관은 예전부터 있었다. 물론 이게 항상 좋은 건 아니다. 기능이 겹치거나, 구현하면서 방향이 바뀌거나, 심지어는 중간에 흥미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그 과정을 겪을수록 느끼는 게 있다. ‘완성보다 실험이 먼저’라는 감각.

몬미타개발랩을 운영하게 된 것도 그 감각에서 비롯됐다. 결과물로 설명되지 않는 과정, 그 안에서 놓치는 것들을 기록하고 싶었다. 코드 하나하나보다는, 왜 그 코드를 선택했는지에 더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같은 기능을 구현해도 방식이 다르면 전혀 다른 사용자 경험이 나온다는 걸 체감하면서부터는 혼자 정리해두는 게 아까워졌다.

얼마 전엔 간단한 투표 시스템을 만들어봤다. 서버 없이 순수 프론트엔드에서만 처리하는 구조였는데, 로컬 스토리지를 어떻게 관리할지, 사용자 입력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수집할지 고민하다 보니 이틀이 금방 지나갔다. 이걸 통해 새삼 느낀 건, 규모가 작을수록 ‘디테일에 대한 집착’이 성능이나 사용자 만족도를 크게 좌우한다는 점이다.

친구들과 밥 먹다 나눈 대화에서도 비슷한 인사이트를 얻은 적이 있다. “네가 만든 그거, 기능은 괜찮은데 왜 쓰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지 모르겠어.” 그 한마디가 꽤 오래 남았다. 그 뒤로는 프로젝트를 만들기 전에 ‘사용자의 동선’을 먼저 그려보는 습관이 생겼다. 기술 스택보다 흐름이 우선이라는 걸 늦게라도 체득한 셈이다.

개발은 결국 반복의 연속이다. 실패하고, 돌아보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시행착오들이 내가 가진 가장 좋은 자산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 공간에서는, 작지만 치열한 실험의 흔적들을 계속 기록해볼 생각이다.
기획보다 실행이 먼저였던 순간들이, 오히려 나를 개발자로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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